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

“바로 지금 여기!”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트렌드를 이끈 욜로(YOLO)가 최고의 트렌드 키워드가 아니었나 싶다.

한 번뿐인 인생, 미래를 위해 무작정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순간의 행복에 충실하고 보여주기식 삶을 사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주문했다. 올 해는 욜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소확행(小確幸)’이 트렌드 키워드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단어로, 1990년에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소개한 신조어다. 그가 말하는 소확행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갓 세탁한 정결한 면 냄새가 퐁퐁 풍기는 하얀 티셔츠를 머리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처럼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한 순간에 느끼는 작은 행복을 의미한다. 다만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말하는 소확행은 하루키가 말하는 소확행과는 조금 다르다. 하루키가 말하는 소확행이 다소 꿈을 꾸는 듯한 근사한 이미지라면, 2018년 대한민국 사회에 소환된 소확행은 ‘지칠 대로 지친 하루, 기분 좋은 일은 하나도 없지만 그 속에서 행복감을 이끌어내는 힘’에 더 가깝다. 예를 들면 사소한 일상을 보물로 여기며 확실한 행복에 집중하고, 멀리 여행 가서 사서 고생하기보단 ‘근거리’ 또는 ‘집’에서 쉬는 것을 선호한다. 몇 년째 내 집 꾸미기가 화두인 것처럼 ‘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깝고도 확실한 장소다. SNS 속 핫한 상권을 찾기보다 별 볼 일 없을지라도 동네에서 식사하고 커피 마시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호캉스’가 뜨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회원이 2017년 여름휴가철에 수도권 호텔에서 기록한 카드 사용 실적은 2014년에 비해 32.4%나 증가했다. 소확행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맘 카페의 단골 주제인 제주, 강원도 등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국내 관광지부터 다낭, 파리, 뉴욕 등 해외에서 경험하는 느리게 살기도 눈길을 끈다. 시골 마을로 유학을 떠나는 농촌 유학도 인기다.

위 글의 출처는 우리은행 TWO CHAIRS 웹진 VOL.16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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