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 페이크 아주 멋진 가짜
보통 ‘페이크(Fake)’라고 하면 부정적인 것을 떠올린다.
<라이프 트렌드 2018>에서는 “누군가를 속이려는 의도로 만든 가짜, 모조, 거짓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말이 물건 앞에 붙으면 가짜 명품, 가짜 시계, 가짜 참기름 같은 짝퉁이 되고, 스포츠에서 쓰이면 상대를 속이는 페이크 스킬(Fake Skill)이나 기록을 유리하게 부풀리는 페이크 스태츠(Fake Stats)가 되며 분식회계나 주가조작에서도 각종 페이크가 등장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제 아주 멋진 가짜가 뜨는 세상이다.
<라이프 트렌드 2018>에서는 올해를 강타할 키 트렌드로 ‘클래시 페이크(Classy Fake)’를 꼽았다. 저자 김용섭은 “아주 멋진 특별한 가짜가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 멋진 특별한 가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시조는 영국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에코 시크(Eco Chic)’ 트렌드의 대명사로 성장시켰다. 채식주의자인 그녀는 육식을 안 하는 것은 물론 동물에게서 온 모피, 피혁, 깃털과 동물실험 제품도 기피한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브랜드에는 가죽, 퍼 제품이 없다. 하지만 페이크는 있다. 가짜 가죽과 퍼를 팔지만 진짜 가죽, 퍼 제품보다 비싸게 팔리는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요즘 클래시 페이크 선두 주자는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 뎀나 즈바살리아다. 그가 이끄는 또 하나의 브랜드 베트멍도 빼놓을 수 없다. 베트멍은 기존 패션계에서 시도하지 않은 파격적 디자인으로 순식간에 주목을 받으며 등장했다. 벼룩시장에서 찾은 낡은 청바지나 코트를 해체한 다음 다시 조합해 옷을 만들기도 하고, 소방관들이 입던 유니폼을 컬렉션 의상으로 사용하거나 DHL 배달 직원들이 입는 노란색 티셔츠를 가져와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에 발렌시아가 패션쇼엔 이케아 장바구니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컬렉션 타이틀은 ‘오피셜 페이크(Official Fake)’였다. 공식적인 가짜라는 뜻인데 한국에서 베트멍의 디자인을 베낀 ‘짝퉁’이 싼값에 범람하자 이런 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짝퉁을 재해석해 디자인한 상품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그것도 단 하루 5시간 동안만 남양주의 외딴 창고에서 판매했는데도 순식간에 물건이 동이 났다. 진짜를 베낀 가짜가 또 하나의 진품으로 자리 잡은 데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위 글의 출처는 우리은행 TWO CHAIRS웹진 VOL.16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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